급히 들른 곳
네 생일 날, 여기서 잠깐 머물다 가면 좋겠건만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 횡단보도를 건넜다. 아직 초록불이 깜빡이는데 너는 참지 못하고 손을 건넸다.
햇살이 내리쬐는 오늘, 아지랑이처럼 흐려 보이던 너를 조금이나마 더 오래 보고 싶었다. 그늘로 채워진 좁은 골목을 걸어가니 다행스럽게도 선명해진 너를 보고 왔다.
너를 보다 어느새 도착한 이곳엔 무성한 풀들, 여전히 싱그러운 민들레 한 송이와 그리고 그 옆에는 여전히 흰 국화꽃이 메말라 있었다.
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난 너와 얘기를 하다 눈물을 흘렸다.
더군다나 힘들게 잊혀 왔던 너에게서 한때 우리 행복했던 냄새가 묘하고 이상하게 풍겨온다.
여기서 잠깐 머물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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